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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알로하, 하와이 태교 여행④

입력 2017-08-25 14:59:41 수정 2017-08-25 14: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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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연이어 물놀이를 한 탓일까 아이가 밤새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해열제를 챙겨왔지만 다급한 마음인지 짐 속을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롱스앤드럭스에 들러 해열제를 사 먹이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열이 내려갔다. 날이 밝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오늘은 물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줄 서서 먹는다는 마루카메 우동에서 식사를 하고 호놀룰루 동물원으로 향했다. 와이키키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놀룰루 동물원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 아이와 함께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코끼리 너머로 멀리 펼쳐진 웅장한 산등성이가 한 폭의 멋진 미장센을 이뤘다. 이어서 기린, 침팬지, 얼룩말, 바다거북 등 여러 동물을 만나자 뿅갹이도 기운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동물원의 한가운데에는 놀이터도 있었다. 로컬로 보이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제법 나와서 놀고 있었다. 하와이의 강렬한 태양을 나무들이 보듬어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뿅갹이도 함께 어울려 뛰어놀았지만 간밤의 열기운이 남아있는지 이내 벤치에 앉아 쉬었다.

동물원을 둘러보고 나와 테디스 비거 버거에 들렸다. 하와이에 온 만큼 파인애플 버거와 아보카도 버거를 시켜서 나눠 먹었다. 손가락만큼 굵직굵직한 감자튀김과 두툼한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가 아주 맛있었다.

"어, 뽀로로다!"

한참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뽀로로 소리가 난다며 뿅갹이가 말했다. 아빠와 햄버거를 먹으러 온 백인 여자아이가 뽀로로를 보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할 때 영상을 틀어주어야 하는 건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는 모양이다. 여전히 건재한 뽀통령을 통해 아이들은 오래 사귄 친구처럼 다정하게 앉아 남은 식사를 함께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와이키키 쪽으로 걷다보니 파머스 마켓이 열려 있었다. 사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켓이라 물가도 비싸고 관광 상품화 되어 있지만 아이 때문에 로컬 지역까지 깊게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구경이라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뿅갹이에게 이제 내일 아침이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으니 바다에 한 번 더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이가 원하니 그럼 짧게나마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해열제 투혼의 효과는 대단해서 마지막까지 파도를 타며 와이키키 해변을 즐겼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나왔다. 와이키키는 해변과 호텔, 쇼핑, 식사까지 모두 근거리에 위치해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수미쌍관을 이루기 위해 첫 식사를 했던 치즈 케익 팩토리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근처 아이슬란드 빈티지 커피에 들려 아사이볼을 먹었다. 아사이볼은 슈퍼푸드인 아사이를 갈아 만든 슬러시 형태에 여러 가지 과일과 오트밀을 얹어 먹는 음식인데 우리나라의 빙수와 비슷하다. 상큼한 맛과 동시에 건강도 챙길 수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아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칼라쿠아 거리를 빠져나와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걸었다. 번화한 곳을 조금만 지나왔을 뿐인데 적막한 바다에 파도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밤바다의 거친 파도는 낮에 보았던 온화함과는 사뭇 달라 어쩐지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짙은 색을 띤 바다위로 맞닿은 하늘은 별빛이 더해져 약간 푸르게 보였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게 결혼 전 갔었던 프랑스 남부 시골 마을에서 이후로 처음인 것만 같았다. 남편과 손을 잡고 우리가 지금 이 공간에 함께 있음에 감사했다. 앞으로 또 많은 순간을 함께 하며 평생에 걸쳐 추억을 쌓길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이야스메 무스비를 몇 개 싸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카노로 정신을 조금 차리고 서점과 면세점을 구경했다. 서점에는 오바마의 일대기에 대한 책이 있었는데 오바마의 고향이 하와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하와이에서 자라서 그렇게 성격이 좋은가 보다하고 농담을 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다시 10시간의 비행 끝에 마음 가득 행복한 기억을 안고 현실로 돌아왔다.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둘째 아이는 어느덧 태어난 지 10개월을 꽉 채웠고 한 번의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언젠가 떠날 것을 기약하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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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알로하, 하와이 태교 여행③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7-08-25 14:59:41 수정 2017-08-25 14:59:41

#심효진 , #여행 , #하와이 ,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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