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신체활동을 한 듯 약간의 탈력을 느낄 때가 있다. 영화 관람에 실제로 다소의 운동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끈다.
영국의 명문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은 최근 영화 관람이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 흡사한 심박수 증가 효과와 더불어 다양한 정신적 혜택을 준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와 정보의 범람이 상시적 집중 방해 요소(distraction)로 작용하는 오늘날, 우리가 완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영화관람”이라며 "우리는 영화 관람 경험이 생리학적, 심리적, 전체론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이번에 알아보았다”고 밝혔다.
UCL 인지 신경과학 교수 조셉 델빈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총 77명의 참가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중 51명에게 심박수와 피부반응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착용시킨 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알라딘’을 관람하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26명은 같은 시간 동안 책을 읽게 해 대조 집단으로 삼았다.
그 결과 영화를 관람한 참가자들의 심박수는 대조 집단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상승해 영화 시청 40분 만에 최대 심박수의 약40~80%를 유지했다. 이는 ‘건강 심박수’(healthy heart rate zone)라고 불리기도 하는 영역으로, 빠르게 걷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할 때와 일치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영화 관람으로 인해 휴대전화 등 집중 방해 요소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는 경험이 기억력, 집중력, 창의력 향상과 기분 전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조셉 델빈 박사는 “문제해결 과정은 보통 문제 극복을 위한 집중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집중력과 관심을 지속하는 능력은 정신적 탄력에 있어 핵심적 부분이다. 각종 기기를 손에서 놓기 힘든 요즘과 같은 환경에 (영화 관람과 같은) 지속적 집중 활동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영화사 뷰 시네마스(Vue Cinemas)의 의뢰로 진행된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흥행에 따라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영화 관람객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영화 관람객 증대를 위한 유인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