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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전 세계 아동 미래 어둡다"…아동복지수준 연구, 한국 2위

입력 2020-02-19 11:57:27 수정 2020-02-20 09: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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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가 발표한 아동복지(child flourishing) 지표 순위, 한국은 2위를 차지했지만(왼쪽) 인구당 탄소배출량을 감안해 순위를 재조정하면(오른쪽) 166위로 하락한다. (사진 = 더 란셋 홈페이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 영국 란셋 저널이 공동 구성한 연구 위원회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임박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를 담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19일(현지시간) 위원회가 발표한 '세계 아동들의 미래는?'(A Future for the World's Children?)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아동 건강 권위자 40여 명의 참여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 그리고 정크푸드·설탕 음료·술·담배 등을 강력히 권하는 마케팅 관행이 전 세계 아동들을 '즉각적 위협'(immediate threat)에 노출시켰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뉴질랜드 총리이자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헬렌 클라크는 "지난 20년 동안 아동·청소년 건강의 개선이 이뤄져왔지만 이러한 추세는 이제 멈춰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각국은 아동·청소년 건강 관련 대책을 일신해 현세대의 아동들을 돌볼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세계 또한 보호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동 복지(child flourishing) 지표 한국 2위,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는 180개 국가의 아동 복지(child flourishing) 수준을 비교하는 새로운 지표가 제시됐다. 이 지표는 아동 건강, 아동 교육, 아동 영양공급 등 아동 생존 및 웰빙 보장 관련 정책에 더해, 각국의 개발 지속가능성, 온실가스 배출량, 소득격차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순위에서 한국은 1위인 노르웨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즉 아동의 생존과 웰빙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보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 뒤로 네덜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덴마크, 일본, 벨기에, 아이슬란드, 영국 등이 각각 3~10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순위는 인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반영했을 때에는 크게 변동해 노르웨이는 156위, 한국은 166위로 조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빈국들은 아동 복지에 있어 개선이 요구되며, 부국들은 탄소를 과다 배출해 자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현재 추세 대로 진행되면 2100년 경 지구 평균 기온은 4°C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해수면 상승, 열파(짧게 지속되는 혹서), 말라리아 및 뎅기열과 같은 질병의 급속 확산, 식량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현세대 아동들의 미래 건강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위원회 공동위원장 아와 마리 콜 세크 세네갈 총리는 "인권 문제, 분쟁,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이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도국 출신 20억 명의 국민들이 기후변화에 기인한 문제들을 점점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 최빈국들 중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저 수준인 국가들도 많지만 이들마저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력에 심각하게 노출됐다"며 "자국의 아동 복지 및 생존을 위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미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선진국들에 경고했다.

2030년까지로 계획돼있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하면서 아동 복지 지표에서도 상위권(1~70위)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180개국 중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그레나다, 요르단, 몰도바, 스리랑카, 튀니지, 우루과이, 베트남 뿐이다.

●'해로운 마케팅'도 아동 미래 위협

보고서는 세계 아동을 위기에 빠뜨리는 또 다른 위협으로서 해로운 마케팅 관행을 꼽았다. 일부 국가에서 아동들은 1년에 TV를 통해서만 3만 건의 광고에 노출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기업들이 자율 규제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안토니 코스텔로 교수는 "호주,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미국 외 여러 국가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율 규제는 상업광고의 아동 대상 영향력을 완화하는데서 아무런 성과도 이룩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는 자율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동 청소년 시청자들이 스포츠 경기 도중 주류 광고에 노출되는 횟수만 1년에 5100만 회다. 게다가 이것은 요즘 확산되는 소셜 미디어 광고와 (온라인) 광고 알고리즘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여서 실상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량식품 및 설탕 음료 광고가 아동들 사이에서 건강하지 못한 식품 선택, 과체중, 비만을 야기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전 세계 비만아동 인구는 1975년 1100만 명에서 2016년 기준 1억 2400만으로 무려 11배 늘어났다. 이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위원회는 말한다.

●대처 방안은?

위원회는 전 세계 아동 건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행동 방침을 권고했다.

1. 탄소배출량 감축을 최우선시 하여 우리 아동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지구의 미래를 지킬 것
2. 아동 청소년을 핵심적으로 고려해 지속가능한 개발 노력을 종주할 것
3. 민간, 정부 등 모든 부문에서 아동건강 및 아동인권을 위한 투자와 정책수립을 실행할 것
4. 정책 결정에 있어 아동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
5. UN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입각해 해로운 상업 광고에 관한 국가 차원의 규제를 강화할 것

보고서가 경고한 위협을 정말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란셋 저널 편집장 리차드 호튼 박사는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고, 근거도 충분하며, 필요한 수단도 다 마련돼있다. 각국의 지도부로부터 지방정부까지, UN 수뇌부로부터 어린이들 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아동 청소년 건강을 위한 새 시대의 도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우리 위원회는 요청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헌신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세대는 궁극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arny@kizmom.com
입력 2020-02-19 11:57:27 수정 2020-02-20 09: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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