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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퇴사] 2030의 이유있는 퇴사

입력 2021-06-22 09:16:13 수정 2021-06-22 09: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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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고민 한번 안 해 본 직장인이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척박해졌다는 취업 시장 속에서도 우리 주변에는 늘 퇴사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배가 불렀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어코 퇴사를 외치는 2030들의 이런저런 목소리를 들어봤다.


20년 바쳐 들어온 회사, 우리는 합당한 대가를 원한다

대기업을 퇴사한 후 1년간 직업 실험을 했다는 30대 초반 김씨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을 “학창시절의 나는 제도권 교육의 성실한 시녀였다”고 말했다. 시험에 답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답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해 일찍부터 취업 준비를 했고, 이왕 할 거라면 회사가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카드를 다 쥐고 있자 라고 생각해 촘촘하게 취업준비를 했다고. 그는 어학 점수는 물론, 해외 국내인턴 등 모든 카드를 갖춰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음에 드는 명함을 쥐게 된 그가 자칭 '퇴사러'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씨는 “충격을 받았던 건 전 직원이 아침자습을 해야 하는 사내 문화였다. 명시된 출근 시간은 9시인데 그보다 1시간 일찍 8시에는 사무실에 앉아 공부를 해야 했다. 겉치레 문화,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오너의 말만 따라야 하는 문화가 답답했다”고 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직원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배치였다.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업무에 대해 면담을 하면서 그는 상사로부터 “인원수를 맞춰서 팀에 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김씨는 “나는 이 회사를 들어오기 위해 20년이 넘는 시간을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이 회사는 고작 그런 이유로 나에게 X을 줬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를 하자마자 퇴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젊은 날의 인생을 바쳐 들어온 곳인만큼 경제적인 보상 이외에도 합리적이고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사람인이 2030 직장인 8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회사에 가장 바라는 것은 ‘공정한 성과 보상 제도’(47.1%)였다. 퇴사 충동을 가장 강하게 느낄 떄도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31.1%)라고 답했다.


회사생활 외에도 길 많아...유튜브 등 비대면 채널 활용

20대 후반 정씨는 퇴사를 하는 주변 또래들에 대해 “요즘 같은 시대에는 퇴사 후에도 여러 기회나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씨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보고 싶어 하는 또래들이 많다”면서 “현명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정책도 잘 되어 있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으면 유튜브나 클래스101처럼 비대면으로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곳도 많다”고 답했다.

퇴사 경력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유튜브에 퇴사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퇴사 후 월 천만원 벌기까지‘,’직장인 퇴사 후 n개의 직업으로 먹고 사는 법‘, ’퇴사 후 무자본으로 월400 번 구체적인 과정‘,’퇴사할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할 3가지‘,’퇴사할 때 필요한 태도‘등과 같은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으로 뜬다. 특별한 인맥이 없어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러한 콘텐츠들은 퇴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막연했던 퇴사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데 방향을 제시한다.

정 씨는 “소모임이나, 창업 관련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모임에서 비슷한 생각이나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면 몰랐던 길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사 빌런’은 못 참지

이러나 저러나 퇴사 사유 상위권 랭킹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관계' 문제다. 직장생활 외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직서를 내는 것은 무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명문이라며 곱씹게 만드는 퇴사 유발 ‘빌런’(악당을 일컫는 말)을 매일 직장에서 마주쳐야 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퇴사를 선택했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살기 위해 퇴사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업무가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인간관계 문제는 못 참는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늘 순순히 퇴사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과 ’정의‘라는 키워드에 유독 민감하다는 세대들답게, 부당한 갑질이나 괴롭힘을 당했다면 무턱대고 퇴사를 선택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응징‘의 제스처를 취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괴롭힘을 당한 상황들을 올리고 적절한 대응책과 그 과정을 공유한다. 최근 직장인 익명 SNS 앱 서비스 유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기를 장문의 글로 세세하게 작성해 올렸다. 후기를 접한 이들은 “남일 같지 않다”는 댓글과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며 정보를 나눴다. 30대 중반 직장인 최씨는 "퇴사 결정과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는 않지만 부당한 갑질이나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일지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입력 2021-06-22 09:16:13 수정 2021-06-22 09: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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