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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이 압류된 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들 '눈물'

입력 2022-07-17 23:14:08 수정 2022-07-17 23: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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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신혼부부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아 서울 성북구 빌라에 신혼집을 마련한 예비 신랑 A(33)씨는 입주한 지 일주일 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다가 집주인 B씨의 세금 체납으로 주택이 올해 6월 초 세무 당국에 압류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즉시 연락을 취해봤지만 B씨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다음 달 결혼식을 앞둔 A씨는 "축하를 받아야 할 기간이지만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A씨처럼 B씨의 주택 압류로 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세입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30대 임대사업자인 B씨는 올해 3월 기준 서울과 의정부에 각각 395채와 3채의 다세대주택·오피스텔 등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B씨가 종합부동산세 36억 원 등을 내지 않아 이들 주택이 모두 압류됐다는 점이다.

만약 B씨가 계속 세금을 내지 않으면 주택들은 결국 공매에 부쳐지는데, 낙찰액 배당 순서에 따라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에 놓인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매매 수요가 많지 않아 유찰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은평구 빌라에 사는 사회초년생 이모(27)씨는 이번 사태로 내년으로 계획한 결혼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암 보험금까지 빌려 마련했던 보증금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변호사 상담을 받기 위해 회사에 수일간 휴가를 냈고, 출근해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직장 상사로부터 "그렇게 일할 거면 퇴사하라"는 말까지 듣는 등 일상은 철저히 파괴됐다.

이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시 등을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운이 나빴네요', '잘 알아보시지 그랬어요' 뿐이었다"며 "나라가 세금만 챙기고 정작 세입자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 모녀 투기 사건이 발생한 뒤에라도 관련 조처를 해줬다면 저 같은 피해가 적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봉구 빌라에 사는 이모(33)씨는 올해 5월 친동생과 함께 본가에서 독립했지만 자취 생활의 설렘은 열흘을 채 가지 못했다.

그는 "압류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일주일 넘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고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혔다. 동네 근처에만 와도 계속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들을 비롯한 세입자 90며 명은 현재 SNS 단체 채팅방에 모여 형사 고소와 보증금 반환소송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피해액은 각각 2억∼3억 원대로, 단순 계산 시 총액은 225억 원에 달한다. 아직 피해 사실을 모르는 세입자들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7-17 23:14:08 수정 2022-07-17 23:14:08

#전세 , #사기 , #신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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