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Total News

구글, 아이 진료 위해 성기 사진 찍은 아빠 성범죄자로 몰아

입력 2022-08-22 18:05:02 수정 2022-08-22 18:06:15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의사 진찰을 받기 위해 아기의 성기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구글에 의해 아동 성학대자로 신고된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이 아버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혐의없음'으로 결론났지만, 그의 구글 계정은 영구 삭제됐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마크는 2021년 2월 아들의 성기가 이상하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는 증상의 진행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유아인 아들의 성기를 자신의 안드로이트폰으로 촬영했다.

이후 그의 아내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 다음 날 화상 진료를 예약했고, 간호사는 의사가 미리 증상을 파악할 수 있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의사 진찰일은 토요일이었고, 당시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이었다.

마크가 촬영한 사진 중 하나는 아이 성기가 부은 정도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마크의 손과 함께 찍혀 있었다.

다음날 의사는 사진으로 증상을 진단한 뒤 항생제를 처방했다. 아이의 증상은 항생제 덕분에 빠르게 나아졌다.

하지만 마크는 이보다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아동 성학대 자료를 온라인으로 돌려보는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 설계된 구글의 알고리즘 그물에 걸렸기 때문이다.

마크가 아들 사진을 찍은 지 이틀 후 그의 휴대전화에서 경고와 같은 알림음이 울렸다. 구글 측은 마크에게 "구글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불법적일 수도 있는 해로운 콘텐츠 때문에 당신의 계정이 정지됐다"고 고지했다. 그가 위반한 항목에는 '아동 성학대 및 착취'가 있었다.

마크는 자신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며 이같은 문제가 있는 영상을 자동 적발하는 기술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구글 측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구글에 계정 정지 결정을 요청하는 문서를 작성하던 중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

40대인 마크는 평소에 구글에 매우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 일정을 구글 캘린더와 연동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자동으로 구글 클라우드에 백업 되도록 해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그는 구글의 이동통신 서비스인 '구글 파이'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메일도 정지되고, 친구와 직장 동료 등의 연락처도 사라졌다. 구글 파이 계정도 정지돼 그가 다른 인터넷 계정에 가입하는 데 필요한 보안코드를 받을 수가 없는 처지가 됐다.

마크의 바람과 달리 구글의 태도는 단호했다. 추가적인 설명 없이 마크의 계정을 복구시켜줄 수 없다고 답변해 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경찰 조사도 받았다. 게다가 그 사실도 그해 12월에 돼서야 알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에서 마크에게 연락하려고 했으나 그의 전화와 이메일이 구글 측 조치로 '먹통'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담당 수사관은 마크의 인터넷 검색, 위치 기록, 그가 주고받은 메시지,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된 서류, 사진, 동영상 등을 다 조사한 뒤 "아동 학대나 착취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마크는 경찰 무혐의 결과를 동봉해 구글 측에 재차 계정 복구를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2달 전 그의 계정이 영구 삭제됐다는 공지를 받은 후 구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구글은 자사의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구글은 2018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동 학대 이미지를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 업체와 공유했다.

AI가 일단 아동 학대 관련 이미지를 적발하면 구글의 직원들이 해당 이미지가 실제 미 연방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재확인한다.

구글 측은 마크의 사진을 직원들이 확인했을 때 성기에 어떤 발진이나 붉은 반점 등이 없었다고 밝혔고, 또한 그의 계정을 살피는 과정에서 아이가 옷을 입지 않은 여성과 같이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발견했고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크는 어느 날 아침 너무 아름다운 날이라고 생각해 아내와 아들 사진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라며 "우리가 파자마를 입고 잤다면 이 모든 일이 안 일어났을 텐데"라고 말했다.

구글의 이런 조치가 아동 학대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막대한 수의 자료를 훑어보고 있어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크의 경우 같은 오판 사례를 정정할 필요가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8-22 18:05:02 수정 2022-08-22 18:06:15

#NYT , #구글 , #미국 , #샌프란시스코 , #AI

  • 페이스북
  • 엑스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