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간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서로를 도우려 하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 즉 이타심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사회적 유대와 이타적 본능을 줄어들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60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밤 잠을 잔 후 스스로 '이타심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이 자료를 토대로 이들이 타인을 도울 의지가 어느정도인지 평가했다.
참가자는 '나는 타인을 돕기 위해 멈출 것이다'라는 항목부터 '나는 그들을 무시할 것이다'라는 항목 사이에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응답했다.
연구진은 참가자 24명을 대상으로 충분히 잠을 잔 후와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후에 같은 사람의 대답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피곤할 때 남을 돕고자 하는 의욕이 78%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해 수면 부족이 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뇌 영역인 사회 인지 네트워크의 활동 감소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매튜 워커 교수는 "수면 부족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낯선 사람인지, 가까운 친척인지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를 약화했다"며 "수면 손실은 반사회적이고 도움을 거부하는 행동을 촉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커 교수는 충분히 수면을 취하면 이타성도 다시 회복되는 것을 모든 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타성은 '수면의 양'보다 '수면의 질'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실에서 수면이 이타심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도 함께 연구했다.
낮 시간이 1시간 늘어나는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미국에서 자선 기부금 300만개 이상을 추적한 결과, 서머타임 적용 후 기부 건수가 10%나 줄었다.
옥스퍼드대 수면 전문가인 러셀 포스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 손실이 타인을 돕는 경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 첫 번째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는 사회 전 영역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지만, 특히 야간 근무나 '최일선 근무'에서 그렇다"며 "의사와 간호사, 경찰은 최일선 근무자들은 종종 만성적으로 피곤한데,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타협을 거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