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명절 채소·과일 물가가 폭등하면서 차례상을 준비해야 하는 시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평균 31만7천142원이다. 통계상으로는 작년보다 6.5% 증가했지만 전통시장과 마트 등을 방문한 시민들은 "체감 물가는 훨씬 더 올랐다"고 하소연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신(57)씨는 1.7L짜리 간장을 가리키며 "저번 추석엔 6천원도 안 했던 건데, 오늘은 9천원에 샀다"며 "전을 부치려면 최소 달걀 두판은 사야하는데 달걀값으로만 2만원을 쓰게 생겼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보다 상차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전통시장에서도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 무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등포시장 한 청과물 가게에서 과일을 살펴보던 한 시민은 "1천원이면 피망을 3개 살 수 있었는데 오히려 질은 떨어지고 양은 줄었다"고 말했다.
차례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온·오프라인에서 '떨이 상품'을 구입하거나 아예 차례를 건너뛰는 집도 많다.
결혼 2년 차 직장인 허모(32)씨는 "과일은 사과, 배, 감 딱 3가지만 올리고 생선도 3가지에서 1가지로 줄이기로 했다"며 "채소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추석 연휴 하루 전에 대형마트가 깜짝 세일할 때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제사를 안 하게 돼 처분한다"며 제사용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2주간 20여 개나 올라왔다.
또 추석 선물로 들어온 선물용 과일 선물 세트를 재판매한다는 글이 2~3분에 한 번꼴로 올라왔는데, 올라오는 즉시 무섭게 판매가 완료됐다. 평균 거래 가격은 3만~4만원으로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가격보다 저렴한 편이다.
상인들도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목'을 기대하기보단 손님이 더 줄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광장시장에서 50년간 떡집을 한 오모(81)씨는 "물건을 많이 떼다 놔도 어차피 안 팔릴 것 같아 이번 추석에는 발주량을 3분의 1로 줄였다"며 "떡도 재료비가 많이 올라서 재고가 생기면 큰일 난다"고 손을 내저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