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영향으로 국가 의료 체계가 흔들리면서 전세계 아동 중 4천만명이 홍역 백신을 맞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해 영유아 예방 접종이 필수다. 하지만 이같이 집단 면역에 틈이 생기면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홍역 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3일(현지시간) 낸 공동 보고서에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놓친 어린이가 거의 4천만명에 달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에 따라 전세계가 홍역으로 '절박한 위협'에 놓이게 됐다고 이들은 진단했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력한 탓에 인구 중 최소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유행을 예방할 수 있지만 지난해 1회 접종 어린이는 81%, 2회 접종 어린이는 71%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08년 이후 백신 접종률(1회 기준)이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WHO 관계자는 "우리는 기로에 섰다"면서 "앞으로 12∼24개월 간 매우 힘겨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역은 영유아 필수 예방 접종 중 하나로 2회에 걸쳐 백신을 맞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존 의료 체계에 지장이 생긴 데다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가짜 뉴스 확산으로 홍역 백신 접종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홍역에 면역력이 없는 아동이 기록적 수치를 찍은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방역 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계 홍역 감염자는 900만명, 사망자는 12만8천명이다.
사망자 중 95% 이상이 아프리카, 아시아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홍역에 특정 치료법은 없으며, 2회 백신 접종으로 중증 또는 사망을 97%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홍역 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현재 2세 아래 미국 영유아 중 백신 접종률은 90.4% 정도로, 최저 방어선인 95%를 크게 밑돈다.
앞서 2000년 미국은 홍역 근절을 선언했다. 해외에서 유인된 국지적 유행으로 2018년 뉴욕 백신 미접종 지역에서 649명이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또 최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백신 미접종 어린이 20여명이 감염돼 절반 정도가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은 "앞으로 닥칠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고 애틀랜타 에머리대의 한 공중 보건 교수는 진단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