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난임 치료 전문의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20만 명 이상의 난임 진단을 받는다. 배우자를 둔 여성의 12.1%가 1년 이상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결혼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난임 경험 비율도 높다.
이같이 난임을 겪는 사람이 들면서 난자 냉동 보관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난자를 미리 냉동 보관 해두었다가 자연 임신이 힘들 경우 냉동 난자를 이용해 인공수정을 하는 것이다.
여성이 가지고 태어나는 생식세포의 개수는 약 100만 개다. 이 가운데 초경 이후 폐경에 이르기까지 약 400~500개 정도가 배란되며, 나머지 생식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세포가 사멸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줄어들고 곧 폐경으로 이어진다. 대개 생식세포의 감소 현상은 만 35세 이후로 빨라지며 이때 난자의 질도 떨어진다.
따라서 난자 냉동 보관은 남아있는 생식세포의 수를 의미하는 '난소 예비력'이 감소하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 난소 예비력은 호르몬 검사와 난소 나이 검사(AMH)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난자 냉동은 원래 항암 등의 질병 치료를 앞둔 환자들이 난소기능을 상실하는 때를 대비하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늦은 결혼이나 가족 계획 등으로 임신 시기가 늦춰질 것을 예상하고 난소가 노화되기 전에 난자나 배아를 냉동해 미래의 난임을 대비하는 부부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차병원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21년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보관 시술 건수는 1천194건으로 2020년(574건)의 2.1배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1년(9건)과 비교하면 132배가 증가한 수치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한세열 센터장은 "난자 냉동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혼 여성들이 만혼에 대비해 가임력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보편적 현상"이라며 "난자 동결과 해동 기술의 발달로 A씨처럼 냉동 보관한 난자를 이용해 출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병원에서는 2001년 항암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냉동 보관했던 난자를 만 9년이 지난 2010년에 해동시켜 인공 수정으로 출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냉동 보관한 난자로 출산에 성공한 국내 최장 기록이다.
난자 냉동 보관은 난자 채취 가능 여부를 확인한 다음 생리 시작 후 2~3일째에 주사를 통해 과배란을 유도하고, 난포가 다 자라면 난자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난자 채취 과정에서 바늘로 난소를 찌르기 때문에 약간의 출혈과 통증이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 난자 채취부터 보관에 드는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약 300만~350만 원 정도다.
냉동 보관 난자를 이용한 출산 성공률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다. 미국 뉴욕대학 난임치료센터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동결 난자를 이용한 평균 출산 성공률이 약 39%에 그친다고 밝혔다.
다만 38세 이하이면서 동결 보존한 난자가 20개 이상일 때는 출산 성공률이 최대 7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 보존했거나 동결 보존된 난자 수가 많은 경우 출산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미즈메디병원 아이드림센터 이유진 센터장은 "보관하는 난자의 수는 35세 미만 10~15개, 35~37세 15~20개, 38~40세 25~30개, 41세 이후 30개 이상 등으로 난자가 충분해야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난자의 수가 적어지고 난자의 질도 떨어지는 만큼 냉동보관을 고민한다면 40세 이전에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3-01-30 11:15:23
수정 2023-01-30 11: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