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고 균형감각이 저하돼 쉽게 넘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낙상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이 되려 낙상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인 명승권(가정의학과) 교수는 1992~2021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15건의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 간헐적 혹은 일회성 근육주사와 경구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은 골절이나 낙상 예방에 효과가 없었고, 특히 비타민D 가운데 육류와 생선 등 동물에서 얻는 비타민D3 와 버섯과 같은 식물에서 추출하는 비타민 D2를 사용한 경우 낙상사고 위험이 6% 높았다.
명 교슈에 따르면 비타민D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고, 신장에서 칼슘의 재흡수를 증가시켜 혈중 칼슘 및 인의 적정 혈중 농도를 유지해 뼈의 무기질화를 촉진한다.
비타민D 부족은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초래해 골절이나 낙상의 위험과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의원에서는 비타민D 농도 검사에서 기준치보다 낮다는 결과가 나오면 고용량의 비타민D 요법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그런데도 고용량 비타민D의 투여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이유로 고칼슘혈증을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명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D의 투여가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골감소와 근육약화, 활성형 비타민D 농도의 감소, 근육세포의 칼슘이용 저하로 인한 근육기능 저하를 초래해 낙상의 위험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병의원이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정상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서 의료 현장에서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명 교수에 따르면 전문기관, 병의원별로 사용하고 있는 혈중 비타민D 농도의 기준은 20 혹은 30 ng/㎖(나노그램 퍼 밀리리터)으로, 과도하게 높은 비타민D 권장섭취량에 상응하는 혈중 비타민D 농도를 결핍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기준치 이상인 사람은 상위 2.5% 수준밖에 안 되고 대부분은 기준점보다 낮은 12~20ng/㎖ 수준인데, 이 범위에서 골절 등의 질병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다.
명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타민D 검사와 보충은 필요하지 않다"며 "현재의 권장섭취량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상태와 관련이 없고 오히려 과도하게 높은 양을 권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뼈 건강을 위해 하루에 10분 이상 햇볕에 노출해 비타민D 합성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비타민D가 들어 있는 등푸른생선류나 버섯류 등의 섭취를 늘리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골다공증분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국제학술지인 '국제골다공증(Osteoporosis International)'의 지난 4월 2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