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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나체사진 합성 좀..." 대학생 무죄판단, 왜?

입력 2024-01-05 14:10:11 수정 2024-01-05 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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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나체 사진 제작을 맡기고 보관한 대학생 '범행 당시에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음화제조교사·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르는 이에게 SNS를 통해 여성 지인들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을 17차례 의뢰해 제작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나체 사진 제작을 맡기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지하철과 강의실 등에서 6차례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범행은 그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운 사람에 의해 발각됐다. 습득자가 주인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를 열었다가 합성 사진을 발견했고 이를 피해자에게 알렸다.

피해자는 2017년 12월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이씨를 고소했다.

당초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 중이었으나 이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군검찰 소관으로 넘어갔다. 군사법원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1·2심 모두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형법 244조는 문서, 도화, 필름 등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씨가 제작한 합성 사진과 같은 컴퓨터 파일을 음란한 물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법원은 음화제조교사죄로 이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원심의 유죄 판결을 깼다.

이씨의 범행은 컴퓨터 합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범죄 유형이다.

2020년 3월에야 성폭력처벌법 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조항이 신설돼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법이 생기기 전 벌어진 이씨의 범행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불법 촬영 혐의도 사실상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피해자가 제출한 이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전자정보를 추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씨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

사건이 군검찰로 넘어간 뒤 2018년 11월 군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불법 촬영 사진을 다시 수집했으나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됐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에 대한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씨는 피해자 한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만 처벌되고 나머지 혐의는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서울의 유명 대학에 다니던 이씨는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4-01-05 14:10:11 수정 2024-01-05 14:10:11

#지인 , #대법원 ,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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