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연합뉴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수요자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마련된, 한마디로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해라' '아이를 낳아라' 이런 식으로 강요할 생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 변화 대응과 관련한 범부처 계획을 심의하는 기관으로, 나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인구 구조 변화 대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낮아진 출산율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 상황을 '인구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은 국가의 존립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전 국가적인 어젠다"라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나 부위원장은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보완하고, 그동안 도입되지 않았는데 꼭 필요한 정책은 과감하게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언론인터뷰 등에서 헝가리의 파격적인 출산 지원정책을 언급한 적이 있다.
결혼하면 4천만 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 출산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시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제도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도 신혼부부나 청년에 대한 주택 구입,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지원책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며 헝가리 사례를 언급했다.
위원회는 이 방안이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저출산 극복이 국가 존립 문제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검토될 만한 정책이라는 분위기다.
여러 변수가 있으나 이 정책을 시행하는 데 대략 연간 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위원회의 내부 검토 결과다.
그는 간담회 내내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한 해 평균 출생아가 60만 명 수준이었던 1990년대생들이 부모가 되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아이를 낳을 '모수'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어 아무리 출산율을 끌어올린다 해도 인구 감소 폭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산·육아와 관련한 정책에 현금성 지원이 다수 포함돼있으나 그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나 부위원장은 "많은 분이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느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돈을 주는 것 자체만으로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겠지만, 그 어느 나라도 돈을 투입하지 않고 출산율을 제고한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돈을 주는 것만으로 출산율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돈을 쓰지 않고는 출산율이 제고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돈만 주겠다는 게 아니라 다른 정책과 정교하게 교합해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육아기 단축 근무제도 사용시 급여 감소분 보전, 다자녀 가구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출산과 육아가 직장에서의 승진 등에 '감산'이 아니라 '가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혼모, 사실혼 가정 등 전통적인 가정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 등록동거, 등록혼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