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 간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자가면역 간 질환'이 나타난 국내 첫 사례를 확인했다고 1일 밝혓다.
자가면역 간 질환은 체내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간세포를 유해한 것으로 간주해 공격하면서 염증이 발현되는 질병으로, 피로감과 오심, 구토, 식욕 부진 등이 주된 증상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환자는 평소 음주나 간 질환 약을 복용한 적이 없었던 57세 여성으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전신 쇠약감을 동반한 피로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간 수치가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간 수치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간염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타나자 조직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했다.
그 결과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간 혈관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은 물론 간에서 장으로 담즙을 보내는 담관까지도 염증이 확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환자의 이런 상태를 볼 때 자가면역 질환의 세부질환인 자가면역성 간염에 더해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 동시 진행되는 '간 중복증후군'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보통 간에 2가지 이상의 질환이 함께 나타날 경우 간 중복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면역반응에 의해 간 손상,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외국에서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며 "환자는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고용량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처방을 포함한 집중 치료 후 2주 만에 정상 간 수치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이번 사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간 질환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면서 "특히 자가면역 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으로 악화할 가능성 큰 만큼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상 사례는 국제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