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기 전 우울증·불안 등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었던 경우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인 '롱 코비드'를 호소할 확률이 최대 50%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등에 소속된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학협회 저널 -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연구에서 당시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참가자 5만4천9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불안,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스트레스, 외로움 등 심리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했다.
여기에는 환자 건강 질문지, 스트레스 자각 척도 등을 활용했다.
11월까지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6%에 해당하는 3천19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연구진은 이들 중 우울증과 외로움을 겪은 확진자는 그렇지 않은 확진자보다 롱코비드에 시달릴 확률이 1.32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면 롱코비드를 호소할 가능성이 1.46배, 불안증은 1.42배,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경우 1.37배 높았다.
특히 심리적 증상이 2개 이상 동시에 발생했던 경우 후유증에 시달릴 확률은 50%에 가까운 1.49배 높았다.
체중, 흡연 여부, 암, 고혈압 등 롱코비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타 요소를 감안해 연구 과정에서 조정해도 결과는 같았다.
코로나19 증상이 감염 후 4주 이상 지속되는 롱코비드는 대표적인 증상으로 호흡 곤란, 피로, 후각·미각 상실, 만성 기침, 멍한 느낌이나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을 겪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등이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이 증상으로 인해 200만~400만 명가량이 일을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CNN 방송은 18일 당국 통계를 인용해 미국에서 18세 이상 성인 약 4천만 명이 불안 장애를 갖고 있으며 2천100만 명 이상은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 질환이 신체적 질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심장마비와 같은 비감염성 질환도 우울증, 불안 등 심리 상태의 영향을 받는다. 만성적 우울증과 스트레스 불안은 불면증과도 상관 관계가 있고, 수면 부족은 비만, 제2형 당뇨병 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심리적 고통은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드러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감염 전 겪은 심리적 고통이 감염 이후 상태에 있어 위험 인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의 연구는 심리적 고통과 감염 후에도 남아있는 지속적인 증상을 연결짓는 생물 행동학적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연구 참가자 대부분이 3개 코호트(동일집단) 연구에 등록된 백인 여성인 만큼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첨언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입력 2022-09-20 10:45:12
수정 2022-09-20 1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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